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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보엔젤파트너스 &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 최영찬 대표(후편)_벼랑 끝 중견기업, 오픈 이노베이션 시급하지만 내부에서는 쉽지 않을 터

BY 관리자 2018년 10월 16일 21시 24분

 

최영찬 대표에 따르면, 그가 이끄는 선보엔젤과 라이트하우스 모두 기존 제조 중심의 중견기업의 생존을 위한 절박한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한국의 중소중견기업은 더 이상 나아갈 데 없는 벼랑 끝에 서 있고 산업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이 기업들이 무너지면 한국의 경제도 무사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중견기업 후계자로서 혁신을 위한 도구로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탈을 이용하는 최 대표의 활동은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그는 외부에서 혁신을 발굴 육성하고 그것을 기존 산업에 접목시키고자 하기 때문이다. 
산업의 생존에 대한 절박함 때문일까? 전편에서 살펴봤듯이 최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빠른 속도로 선보엔젤에서 파운더스하우스, 라이트하우스까지 중견 제조기업 중심의 기술-산업-투자를 잇는 생태계를 만들었다. 고민과 실행을 함께 한 만큼 중소중견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그의 생각은 깊이가 남다를 것으로 기대된다. 전반적인 중소중견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해 최 영찬 대표와 얘기를 나눴다. 

 Q 중소중견기업에게 있어 오픈 이노베이션은 무엇일까? 
 A 선보엔젤을 시작할 때만 해도 중견제조업의 혁신을 스타트업과의 연계로 풀어낼 수 있을지 어떨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2년 동안 실행하면서 가능성을 목격했다. 중견기업과 함께 스타트업에 공동투자도 하고 양사가 공동협업이나 공동개발도 하고 있다. 

전편에서 소개한 조광페인트의 사례를 또 한 번 언급하겠다. 조광페인트는 차가 사고 나서 다시 페인팅을 할 때 초기 페인트와 색깔이 미세하게 달라 문제가 되는 부분을, AI 및 데이터 기반하여 과학적으로 풀 수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하여 과제 해결을 진행 중이다. 이 시장은 조 단위의 매우 큰 규모다. 이를 통해 조광페인트가 수백~수천 억의 매출을 추가로 내게 되고 스타트업은 수백~수천억 가치의 중소기업으로 성장한다면 이것이 ‘중소중견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 아닐까? 

개인적으로 나는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이라고도 생각한다. 일부에서는 스타트업을 키워서 유니콘을 만드는 게 4차 산업혁명이라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독일의 경우를 살펴보기 바란다. 자동차든 가구든 기존의 전통산업에 오토메이션이나 커스터마이제이션 등을 더하여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한다. 조광페인트에 기술스타트업이 연계되듯이 중소중견기업에 스타트업의 기술이나 혁신이 접목되어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이 아닐까? 

 Q 중소중견기업 내부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을 하기는 힘든가? 
 A 이 부분은 나 자신이 중견기업 후계자이자 중견기업 2~3세 후계자 네트워크에 속해 있는 내 개인적인 경험치를 갖고 얘기한다는 것부터 밝히겠다. 

우선 대기업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대기업은 10년 이상 전부터 그룹 내에서 조 단위의 손실을 내기도 하면서 투자를 계속 진행해오고 있다. 하지만 중소중견기업은 불가능하다. 이를 책임지고 할 사람도 없고 네트워크도 없다. 중소중견기업은 회사 역량의 90% 이상이 현재 상황을 유지하는 데 쏠려 있다. 문제없이 생산하고 품질관리하고 AS를 하는 게 지상과제다. 

회사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오너와 최측근 1~2명 정도다. 1,000억에서 조 단위 규모의 중소중견기업은 다 똑같다. 직원이 1,000명 있다고 하더라도 내부에서 혁신을 생각하는 사람은 오너를 포함해 2~3명인 것이다. 적어도 내가 접한 중소중견기업은 모두 그렇다.  선보엔젤이 계속 중견기업을 만나 함께 하기를 권하고 그 기업을 받아들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Q 중소중견기업은 역량이 현황 유지에 쏠려 있다는 것 외에 오픈 이노베이션하기 어려운 다른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 
 A 기존 산업 생태계, 창업 생태계, 투자 생태계 사이사이에는 큰 벽이 있어 연결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가장 큰 투자회사 사장이 중견기업에 가서 같이 펀드를 만들어 일하자고 할 생각이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중견 기업은 투자회사를 만날 이유가 없으니 양자 간의 만남 자체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또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과 협업하고 싶어 한다면 어떨까?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의 니즈를 찾기가 힘들어 일이 성사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벽으로 인해 연결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오픈 이노베이션이 힘들다고 본다. 

사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은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과의 협업에 대한 수요가 있다. 과거에는 좋은 기술을 소싱하고 본인 자금으로 투자를 했지만 지금은 업이 안 좋아서 무조건 투자 생태계와 연결시켜야 하는데 연결고리가 없다. 연결에 대한 니즈는 분명히 있지만 만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Q 중소중견기업이 후계자의 액셀러레이터나 CVC를 통해 ‘가업승계형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안정적으로 가업승계도 하고 신정장동력도 발굴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다. 
 A 좋은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도 정말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더 가깝다는 것을 밝힐 수밖에 없다. 나 역시 중견기업의 후계자라 이쪽의 현실이나 분위기를 잘 알고 있는데 2~3세 후계자는 성과를 내어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부담감을 갖고 있되 창업주가 원하는 기준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창업주가 관심 있는 것은 자동차면 자동차, 조선이면 조선, 자신이 해오던 사업 분야다. 그 분야에서 성과가 나와야 한다. 

다른 2~3세 후계자가 나를 매우 부러워하고 외부인들이 나의 부친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거의 불가능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보공업은 2년 동안 선보엔젤과 라이트하우스에 200억 이상 투자를 했다. 다른 2~3세 후계자가 창업주에게 이런 걸 하겠다고 하면 ‘정신이 나갔다’는 소리는 기본이고 ‘너 는 후계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집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 

액셀러레이터나 CVC를 통해 이론적으로 20~30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그 중 몇 개만 성공하면 이익을 낸다는 것은 창업주에게 할 수 있는 얘기 자체가 아니다.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원가절감을 해서 돈을 아끼거나 해외에 영업처를 뚫어서 매출을 올리거나 해야지 생뚱맞게 액셀러레이터가 왠말이냐는 것이다. 창업주 입장에서는 이해가 불가능할 것이다. 창업주 주변에 있는 창업공신들 역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Q 그렇다면 선보는 어떻게 그처럼 특이한 케이스가 될 수 있었는가? 
 A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 부친은 30년 전 자본금 300만원으로 힘들게 사업을 시작했는데 누군가가 조금만 도와주면 훨씬 빨리 일어설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컸었다고 한다. 중견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는 지금, 부친은 청년 실업 같은 사회적 문제에 대해 책임을 느꼈고 이에 저에게 선보엔젤을 권하면서 창업 자금을 날려도 좋으니 청년창업자에게 절대 갑질 하지 말고 기회를 줘라며 시작되었다. 어느 정도 선보공업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다. 

사실 선보엔젤과 라이트하우스가 세간에 알려지면서 부친 주변의 1세대들이 부친에게 이에 대해 자주 물어본다고 한다. 부친이 ‘수익 나는 데 5년 이상 걸리고 100억 정도 드는 일이다’라고 얘기를 해주면 모두 관심을 끊는다고 한다. 

 Q 창업주의 마인드를 변화시키는 방법은 없을까? 
 A 그래서 선보엔젤이 처음부터 역점을 둔 것이 ‘성공사례’이다. 아무리 얘기해도 통하지 않으니 중견기업이 스타트업과 협업해서 매출이 수백억 늘었다거나 스타트업이 중견기업과 협업해서 1,000억짜리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거나 하는 성공사례를 만들고자 한다. 이런 성공사례를 만드는 게 창업주의 마인드를 변화시키기 위한 핵심이라고 본다. 성공사례만 나오면 힘들게 설 할 것도 없다. 

다행히 선보엔젤은 현재 상당수의 중견기업-스타트업의 초기협업 사례를 만들어냈다. 여기에서 올해 말쯤 가시적인 성공사례가 나오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창업주들도 다시금 생각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Q 혹시 액셀러레이터나 CVC에 관심 있는 중견기업이 있을지도 모른다. 설립시의 주의사항이라면 무엇일까? 
 A 선보엔젤은 2016년도 설립할 때 컨셉만 갖고 있었다. 우리나라 산업이 워낙 오랫동안 고도성장을 했으니 지금은 어렵지만 20년 정도 모아둔 자금이 있다. 지금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므로 내부 유보를 시키고 있는데 내부에서는 혁신이나 신사업이 힘드니까 외부에 좋은 생태계와 협업하여 다시 한 번 재도약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이것이 컨셉이었다. 

준비 기간 동안 대기업이든 중견기업이든 대부분의 CVC를 다 만났는데 그러면서 우리나라 CVC는 크게 2종류로 나눌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첫째, 모기업과 너무 가까워서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곳이다. 그런 곳은 독립적으로 기술이나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그런데 CVC는 심사역이 외부에 나가서 거래를 발굴하고 투자처를 찾는 것이 중심이다. 심사역이 몇 달 동안 잘 준비하더라도 모기업에서 CFO나 후계자가 와서 즉흥적으로 한마디 하면 끝난다. 둘째는 그와 반대로 모기업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곳이다. 

이처럼 CVC가 모기업과 너무 가깝거나 너무 멀거나 한데 산업을 혁신시키기 위한 CVC라면 그 중간점을 가져가야한다. 산업에서는 생산이든 마케팅이든 전략적으로 협력을 얻고 투자쪽에서는 독립적으로 투자를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었다. 선보엔젤은 그런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현재 그런 구조로 되어 있다. 

 Q 액셀러레이터나 CVC는 비교적 오픈 마인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협력을 해야 하는 산업쪽도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마인드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A 그렇다. 투자나 스타트업쪽은 마인드가 비교적 열려 있다. 산업에 있는 기업을 만나고 싶어 한다. 얻을 게 많이 보이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산업쪽에 있는 사람들은 그다지 오픈되어 있지 않다. 심지어 스타트업이 뭔지 엔젤이 뭔지 VC가 뭔지도 모른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다. 

파운더스하우스가 처음 8개사로 시작했을 때는 엔젤클럽을 만들어 스터디를 주로 했다. 1,000만원으로 투자도 해보고 우수한 스타트업이나 벤처를 초대하여 IR도 해보고 반나절에 걸쳐 토론도 하면서 공부를 했다. 속도가 매우 빨리 났다. 아무래도 오너나 핵심인재들이어서인지 6개월 정도 지나니 이해를 하더라. 

지금은 어느 단계까지 왔냐면 오너뿐 아니라 실무자까지 같이 하고 있다. 오너가 결정하고 실무자가 선보엔젤과 협업하는 식이다. 이 생태계를 이해하고 양자 협업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했다면 중견기업들이 돈만 투자하고 끝나거나 혹은 계속 간섭하는 식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현재 산업쪽의 오픈 이노베이션의 마인드는 약한 편이고 이것은 큰 해결과제다.

 Q 혹시 정부에서 중소중견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돕겠다고 한다면 어떤 것이 좋을까? 
 A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정부 정책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두서 없이 나열해보겠다. 사실 정부에서 선의로 만든 지원정책이 결과적으로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을 자주 본다. 정부가 창업 활성화나 청년 일자리 육성 등을 위해 세금을 투입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 다음의 구체적인 사항은 민간에서 알아서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부가 2년 전 조선업을 살리고자 2,000억의 펀드를 만들어 4곳의 창투사에 나눠줬던 적 있다. 그런데 조선업은 구조조정이 계속 안 되어서 지금의 상황에 이른 분야다. 이런 분야를 세금으로 계속 살리다보니 좋은 기업도 수익을 내지 못해 전체적으로 망가졌다. 정작 없어져야 할 기업에 펀드를 투자하니 더 악화되고 잘 되는 기업도 투자를 받고나서 지나친 간섭에 업에 방해를 받는다. 2,000억이라는 큰 자금을 선한 의도로 투자했지만 결국 산업에는 도움이 안 되었다고 본다. 

지금까지 내용은 나의 개인적인 생각임을 다시 한 번 밝힌다. 정부에서는 기본적인 인프라와 제도에 신경 쓰는 것이 맞다고 본다. 선보엔젤이나 라이트하우스는 민간 차원에서 중소중견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돕겠다. 

 Q 선보엔젤 같은 곳이 많이 생긴다면 중견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도 잘 되지 않을까? 
 A 선보엔젤은 LH-KDB중견기업연합펀드1호다. ‘중견기업 오픈이노베이션 펀드 1호‘라는 명칭이었다. 산업은행 역사상 처음으로 회장이 부산까지 내려 와 펀드조성식에 자리하셨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당연히 2호, 3호를 만들고 싶고 노력하고 있다. 이 세계에는 경쟁이 없다. 다 협력이다. 혁신 생태계는 정해진 파이를 서로 뺏는 게 아니라 협업해서 파이를 키우는 거다. 우리 같은 기업이 계속 나와주기 바란다.
 
 Q 최 대표님의 개인적인 행보도 궁금해진다. 선보공업의 후계자이니 머지않아 모기업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은가? 
 A 선보공업 사업기획팀에 있을 때 업황이 어려워지자 가장 중요하게 떠올랐던 것이 ‘원가절감’이었다. 아마 다른 기업들도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그런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내부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사람들이다. 

나는 지금 당장 선보공업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보다 차후 3~4년 후에 선보공업에 도입할 수 있는 혁신을 찾는 것이 미션이라고 본다. 완전히 판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이자 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 산업에 적용해서 지금까지 없었던 것을 일으키는 것을 찾아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