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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액셀러레이터 김영덕 상무 (후편)_대기업 액셀러레이터의 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중견·중소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

BY 관리자 2018년 10월 16일 20시 19분

 

 

전편에서는 롯데액셀러레이터의 활동을 통한 대기업 액셀러레이터가 가지는 의미와 그 안에서 활동하는 오픈 이노베이터의 역할 등에 대해 살펴봤다. 

우리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은 구조적으로 혁신적이기 힘들어’라는 얘기를 자주 한다. 왜 그런 것일까? 롯데액셀러레이터 역시 대기업의 계열사 중 하나인데 오픈 이노베이터의 역할을 하기 위해 그 문제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본다. 

그와 함께 대기업 못지 않게 오픈 이노베이션이 시급한, 아니 때를 놓칠 경우 우리 산업의 근간이 무너져 내릴 수도 있는 중견·중소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눠봤다. 


 Q 롯데액셀러레이터의 설립 시 준비와 과정이 궁금하다. 
 A 조직을 세팅할 때 ‘미션’, ‘목적사업’, ‘사업목표’가 중요하며 조직은 이 3가지에 최적화되어야 한다. 액셀러레이팅 사업이므로 스타트업을 잘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필요했다. 

미션은 명확했다. 회장님께서 와이컴비네이터 같은 모델을 추구하되 다음의 2가지를 강조하셨다. 첫째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사회공헌을 하면 좋겠다’, 둘째 ‘그러면서도 그룹의 오픈 이노베이션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였다. 스타트업 육성을 통한 사회공헌을 하면서 그룹에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창구 역할을 하자는 것이었다. ‘미션’과 ‘목표’를 초기에 정하고 우리가 하는 ‘활동’, 그리고 그 활동을 통한 ‘결과’를 그려보았다. 일련의 프로세스와 프레임워크가 만들어졌다. 사회공헌과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조직의 미션이 명료하기 때문에 수익 사업은 우선순위에서 밀렸고 적자가 나더라도 외부로부터의 노이즈가 적다. 

한편 롯데액셀러레이터의 경우 그룹 회장님이 사회공헌을 위해 사재를 넣으셨고, 이사회 의장은 롯데지주 대표인 황각규 부회장님이다. 롯데액셀러레이터를 굉장히 중요하게 보고 위상을 높여줬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또 롯데액셀러레이터의 대표도 롯데그룹의 브레인격인 롯데미래전략연구소(주) 대표가 겸직하게 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나에게 많은 권한 위임을 해주셨다. 

이런 모든 것들이 준비 단계에서부터 준비 이후 활동하고 결과를 보는 단계에까지 큰 도움이 되었다. 주변의 노이즈를 차단해주는 데 절대적인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영입된 나 같은 임원이 대기업에서 견디기 가장 힘든 건 노이즈로 공격받을 때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그것을 잘 정리해주는 구조였다. 

지난 2년을 되돌아봤을 때 나는 매우 운이 좋았던 경우다. 롯데액셀러레이터가 이런 식으로 설립되지 않았다면 별의별 공격을 다 받고 마음고생을 많이 했을 것이다. 성과를 내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Q 흥미롭다. 롯데액셀러레이터에 대한 그룹 회장님의 의중은 무엇일까? 
 A 롯데액셀러레이터의 총괄로서 그 생각을 많이 해봤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생각임을 먼저 밝힌다. 내가 보기에 큰 조직을 움직이는 건, 예를 들어 10만톤짜리 유조선을 움직이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작은 배는 급하게 움직여도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큰 배는 핸들을 갑자기 많이 꺾으면 배가 부두에 부딪히고 뒤집어질 수도 있다. 1도씩 서서히 틀어야 한다. 대기업은 기존의 큰 사업들이 있으니 그것을 확 뒤집을 순 없을 것이다. 수십 년 된 조직의 문화도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혁신하고 싶은 생각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레거시를 안전하게 유지하면서 혁신을 해야 한다. 그 결과물이 롯데액셀러레이터가 아닐까! 

혁신은 단기적으로 보면 대부분 비용이다. 계열사 사장 입장에서는 매출이나 이익이 줄면 안 된다. 계열사 사장은 매출과 이익으로 평가를 받고 연임의 여부가 결정된다. 아무리 회장님이 혁신하라고 얘기한다 하더라도 계열사 사장 입장에서는 따르기 쉽지 않은 일이다. 단기적으로 수익이 나지 않고 비용만 증가하기 때문이다. 

나는 롯데액셀러레이터라는 작은 툴을 이용해 회장님이 문화를 바꾸고 싶어 하신다고 느꼈다. 회장님 사재를 출연하고 지주의 대표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이사회 멤버를 그룹에서 가장 뛰어나고 막강한 인적 구성으로 했다. 그룹의 미래전략연구소장을 대표로 앉히고 나에게 많은 권한을 준 걸 보면 굉장히 공을 많이 들인 것이다. 회사의 크기로 보면 그룹에서 1,000분의 1도 안 되는 작은 회사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그렇게 한 이유가 혁신의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창구, 오픈 이노베이션의 창구로 만들어 그룹에 혁신 문화를 끌어들이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회장님이 롯데액셀러레이터에 힘을 많이 실어주시는 모습은 일상적으로 볼 수 있다. 엘캠프 데모데이를 하면 회장님이 직접 오시고 못 오실 경우 부회장님이 오신다. 그룹의 주요한 분들은 모두 배석한다. 임원들은 오고 싶어도 자리가 없어서 못오는 경우도 있다. 

많은 변화가 생겼다. 롯데 임직원이라면 스타트업이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대부분 아는 것은 물론이고 끊임없이 협업할 스타트업이 없을지 투자할 스타트업이 없을지 문의한다. 요즘은 내가 큰소리치며 산다. “롯데액셀러레이터가 1년에 20억 적자를 내지만 효과는 500억이다”라고. 

 Q 그래도 적자에 대한 부담은 있을 것 같은데? 
 A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일 년에 20억 정도 적자가 난다. 설립 미션이 사회공헌과 오픈 이노베이션이므로 수익은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조직이다보니 ‘너는 왜 적자를 내느냐’는 식으로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런 공격을 받을 때 가장 확실한 방어는 ‘회장님이 주신 미션(스타트업 육성을 통한 사회공헌)에 따라야 하므로 적자가 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기업의 영속을 위해서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작년부터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사회공헌 활동이라고 하면 ‘평판’이 중요한데 그 평판이 매우 좋아졌다. 스타트업이 가장 같이 하고 싶은 주요 액셀러레이터가 된 것 같다. 또 기존 액셀러레이팅 활동에서의 투자 성과만으로도 향후 연간 20~30억씩 회복할 자신은 있지만, 신기술사업 금융전문회사로 등록해 펀드를 조성하고 투자를 본격적으로 함으로써 자생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나가고 있다. 

참고로 관료화된 조직에서는 어디가 잘 된다고 하면 소위 ‘숟가락 얹기’가 일어나는데, 롯데액셀러레이터에서는 그런 것이 아직 없다. 이 역시 처음에 구조를 잘 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Q 대기업에서 액셀러레이터를 준비한다면 앞서의 얘기가 중요하겠다. 
 A 당연하다. 다른 대기업 액셀러레이터 임원을 자주 만나는데 매우 힘들어 한다. 노이즈가 많기 때문이다. 준비 단계에서부터 권한을 명확하게 부여해주고 책임도 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준비 단계의 핵심은 독립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액셀러레이터에 대기업 내부 의견이 많이 반영되고 간섭이 일어나면 당연히 스타트업과 멀어진다. 몇 몇 대기업 중에는 돈을 엄청나게 들여 큰 규모로 너무나도 좋은 환경을 만들었지만 외부나 스타트업으로 부터는 인정을 못 받는 경우가 있는데 그 때문이다. 

준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하나만 든다면 ‘독립성’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대기업 안에서 간섭하기 시작하면 대기업의 문화가 이식된 하나의 클론 밖에 안 된다. 




 Q 요즘 데모데이 같은 곳에서 중견·중소기업 관계자도 자주 눈에 띈다. 
 A 아마 성장동력을 찾고자 하는 것 아니겠는가. 나는 대기업 못지않게 중 견·중소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법에 의해 대기업은 많은 것들이 공개되고 통제를 받지만, 반면 중견·중소기업은 아무도 시비 걸지 않고 제어 받지 않는다. 중견·중소기업을 보면 베일에 가려진 왕국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그 왕국들이 지금 무너져가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 중견·중소기업의 큰 문제다. 산업적으로 고속성장을 할 때는 별 문 제가 안됐다. 만들기만 하면 팔렸으니까. 그런데 이젠 경제가 하강국면으로 들어가지 않았나. 고성장시대에 창업주가 만들어둔 수많은 중견·중소기업에 서 ‘가업승계’ 작업 과정에서 많이 망가져 가고 있다.
 
외국에서 공부를 많이 한 후계자라고 하더라도 기업가정신이 없고 사업경험도 없을 경우 기업을 망가뜨릴 확률은 매우 높아진다. 후계자로서 자기 자신을 입증하는 차원에서 벌이는 신사업은 외국에서 본 요식업이나 유통, 서비스 업 등이 많다. 90% 이상 망한다. 사업을 몇 번 실패하고 나면 몇백 억은 날아간다. 회사가 재무적으로 불안정해지면 더 도전하기 힘들어진다. 회사가 기존 사업도 점점 위축되면서, 창업주는 정 안 될 것 같으면 회사를 헐값에 매각해 버린다.

우리나라에 천억, 이천억 매출 하는 중견·중소기업은 매우 많은데 그런 기업들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우리나라 산업 기반이 무너지게 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진짜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이들이라고 생각한다. 

 Q 그렇다면 중견·중소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은 어떤 식으로 되어야 할까? 
 A 짧고 러프한 소견을 얘기한다면, 나는 중견·중소기업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이 ‘가업승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견·중소기업에게 오픈 이노베이션은 가업승계를 안전하게 하도록 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대기업이 쓸 만한 스타트업은 2~3년의 갭이 있다고 앞서 설명했었다. 그 갭을 누군가가 메워줘야 한다. 끊임없이 정부 재정으로 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고 하는 건 결국 생태계가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대기업에게 더 낮은 레벨로 가서 스타트업을 육성하라고 한다면 우리 같은 액셀러레이터가 더 많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실질 효과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호수에 작은 돌멩이 몇 개 던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호수에 큰 물결을 일으키려 면 수 만개의 중견·중소기업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 이를 가업승계를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가업승계형 오픈 이노베이션’을 권장하면 하면 어떨까 한다. 

자기 자신을 입증하기 위해서든 무엇이든 후계자의 시도가 ‘스타트업 투자’라면 어떨까? 혼자 하기 힘들면 비슷한 업종끼리 5~10개사가 함께 회사별로 10~20억씩 총 100억 원 정도로 액셀러레이팅을 하면서 벤처캐피탈 역할도 하고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그 중에서 1~2곳만 성공해도 손해를 보진 않는다. 중견·중소기업은 직접적으로 현재 자기 사업에 연계되는 아이템을 할 수도 있으니 더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중견·중소기업에서 제일 힘들어 하는 ‘인재영입’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괜찮은 스타트업 대표급 인재들은 대기업의 어떤 인재들보다 수준이 높다. 투자를 하고 사업적 시너지가 닿는 스타트업이라면 그곳 인재들을 그냥 이용하게 되는 셈이다. 좀 더 마음에 들면 M&A한 다음에 경영권을 보장해주면 된다. 

벤처투자는 100억 펀드를 만들어서 10~20군데 투자하면 그 중 1~2개 성공하더라도 그것이 나머지 손실을 대부분 만회해준다. 중견·중소기업이 자신과 사업적 연계가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육성한다면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스타트업의 사업 성공률은 훨씬 더 높아진다. 확률적으로 금전적 손해가 나지 않고 운이 좋으면 몇 배의 수익을 볼 수 있게 된다. 가업승계를 안전하게 하면서 스타트업을 통해 새로운 동력을 얻을 수도 있다. 후계자의 가업승계도 그 과정에서 검증도 되고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선보엔젤파트너스의 최영찬 대표 같은 경우가 실제 이와 같은 성공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부산 중견기업의 후계자로 지역의 여러 사업자들과 협업해서 스타트업 투자 펀드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Q 여기에서 대기업은 또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A 수 만개 되는 중견·중소기업이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시작하면 우리나라 창업생태계에 더 이상 정부자금은 필요 없어질 것이다. 그 정도로 중견·중소기업은 엄청난 자원을 가지고 있는데, 현재 시대적 흐름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한쪽에 비켜 서 있는 상태다. 하지만 중견·중소기업에 혁신이 흘러들어와 더 훌륭한 기업이 되면 대기업이 중견·중소기업을 살 수도 있고, 중견· 중소기업이 잘 성장시킨 스타트업을 살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스타트업의 2~3년 갭에 연결고리가 생기게 되는데 가업승계형 오픈 이노베이션이 그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신사업은 미래를 예측하고 진행하는 것인데 미래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다. ‘대충 이렇게 되지 않을까’ 정도를 가늠할 뿐이다. 그렇다면 그 부근에 포트폴리오 투자를 해야 한다. 될 방향으로 그물을 던져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중에 하나만 걸리면 게임에서 이길 수 있다. 이 논리를 잘 이해하면 된다. 새로운 것을 생각하는 중견·중소기업 창업주나 후계자라면 당연히 이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정부에서 중견·중소기업의 창업주와 후계자에게 이런 것을 잘 알리고 실행할 수 있도록 도왔으면 한다. 중견·중소기업에게 스타트업을 위해 투자하라는 게 아니다.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기업도, 중견·중소기업도, 국민도 모두 좋은 윈윈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중견·중소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과 관련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중견·중소기업의 ‘가업승계형 오픈 이노베이션’에 신경을 썼으면 한다. 나 역시 오랫동안 중견·중소기업에 있었고 몇몇 2세 모임도 곁눈으로 보고 있는 사람으로서 정말 걱정이 된다. 우리나라 산업의 근간을 받치고 있는 중견·중소기업이 무너지면 산업 기반이 다 날아간다. 대기업도 무너진다. 결국은 우리가 악몽 같이 생각하는 남미나 동남아시아 몇몇 나라와 같은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이것을 지금부터라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중견·중소기업은 대기업 못지않게 오픈 이노베이션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