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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액셀러레이터 김영덕 상무 (전편)_대기업 액셀러레이터의 의미와 오픈 이노베이터의 역할

BY 관리자 2018년 08월 22일 13시 50분


롯데액셀러레이터의 활동과 성과가 눈길을 끌고 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더니 스타트업계에도 소문이 났는지 2018년 기수 모집에는 무려 632개 팀이 지원을 했다고 한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엘캠프(L-camp) 프로그램을 통해 고성장 잠재력을 지닌 초기 스타트업을 선정해 기업별 2,000~5,000만원의 지분 투자, 롯데그룹 계열사와의 협업 및 후속투자 유치, 사무 공간 제공, 베트남 실리콘밸리와 MOU 등을 통한 글로벌 진출 지원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성과는 매우 좋다. 1기 13개사가 21개월 동안 기업밸류 271% 상승 및 직원 수 123% 증가라는 의미 있는 수치를 내놓고 있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롯데 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다. 총 42개의 육성 스타트업 중 맵씨(롯데닷컴과 협 업, 롯데백화점 3억 원 후속투자), 링크플로우(캐논코리아BS 및 롯데상사와 협업), 모비두(롯데멤버스와 협업 및 7억 원 후속투자), 벅시(롯데렌탈과 협 업 및 8억 원 후속투자) 등이 롯데그룹 계열사와 협업 또는 투자가 이뤄졌다. 

혁신하기 힘든 대기업, 상생하기 쉽지 않은 대기업과 스타트업.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기업 액셀러레이터가 지향해야 할 오픈 이노베이션의 해법이 롯데 액셀러레이터의 활동에 담겨 있지 않을까? ‘스타트업과 케미가 맞고 대기업과의 소통이 재미있다’를 외치며 롯데액셀러레이터의 오픈 이노베이션 활동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영덕 상무를 만나 그 해법의 힌트를 찾아보고자 한다. 

 Q 김영덕 상무님 본인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A 서울대 계산통계학과와 포스텍 정보통신대학원을 나와서 포스데이타에서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99년 인터파크에 합류해 CTO & CMO로 근무하다가 2000년 인터파크 사내벤처로 출발한 G마켓 창업멤버가 되었다. G마켓의 시작인 Goodsdaq(상품거래소) 사업아이디어를 회사에 제안하고, 기획, 개발을 총괄했다. 벤처 1.5세대인 셈이다. 그 후 2007년 실리콘밸리로 가서 3년 동안 창업생태계를 접하고 엔젤투자를 할 기회를 가졌다. 귀국 후에는 두 번의 창업을 했다. 3년 전 롯데정보통신 정보기술연구소장으로 영입되어 근무하다가 롯데액셀러레이터의 설립TF 팀장을 맡았고 설립 후에는 총괄을 맡게 되었다. 현재 롯데액셀러레이터의 대표직은 롯데미래전략연구소(주)의 대표님이 겸직하고 있으며 나에게 많은 권한을 위임해주고 계시다. 

 Q 롯데그룹이 상무님께 롯데액셀러레이터의 기획 및 총괄을 맡긴 이유가 궁금하다. 
 A 롯데액셀러레이터는 롯데그룹 회장님께서 와이컴비네이터 같은 액셀러레이터를 만들면 좋겠다고 발의하셨고 그 후 롯데미래전략연구소(주) 대표님께서 나를 총괄할만한 적임자로 추천하면서 내가 설립TF 팀장을 맡게 되었다. 당시 나는 롯데정보통신 정보기술연구소장으로 영입되어 롯데정보통신의 신사업 발굴이라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일종의 계열사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해 영입된 외부인(外部人)이었다. 

롯데그룹에서는 롯데액셀러레이터가 외부의 혁신을 받아들이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내부인(內部人) 중에는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외부인이면서도 롯데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고 스타트업, 벤처, 실리콘밸리의 창업생태계 등을 경험했다. 그런 측면에서 적임자로 낙점된 듯하다. 실제로 지금도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과 케미가 더 잘 맞다. 

한편 롯데그룹에서는 전략적으로 생각한 부분도 있지 않았을까? 롯데액셀러레이터는 대기업(A)과 외부(B)라는 두 개의 원이 겹쳐지는 교집합(A&B) 부분 같은 곳이다. (A-내부인)대기업 조직 안에 계속 있었지만 유연한 사람, (B-외부인)외부에 있었으며 창업생태계와 친밀한 사람, 이 둘 중 누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결국 (B)가 유효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사실 여기에서는 롯데그룹의 마인드도 드러난다. ‘내가 다 할 수 있다!’ 대기업의 고질병 중 하나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스스로 혁신적이지 않음을 인정하고 외부인에게 맡기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요즘은 농담 삼아 하는 얘기지만 나는 롯데그룹 내에서 ‘대체제’가 없는 존재다.(웃음) 

 Q 상무님은 아무 갈등 없이 이 자리를 받아들였는가? 
 A 물론이다. 원래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다. 나는 벤처기업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기도 했고 2007~2009년 동안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지내면서 창업 생태계가 나에게 잘 맞는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이런 제안을 받고 매우 기뻤다. 단 한 가지 안전장치는 있었다. 대표직은 롯데그룹의 브레인인 롯데미래전략연구소(주) 대표님이 겸임으로 해주셨다. 외부인으로 대기업에서 오래 일한 분들과 직접 소통하는 일은 해본 적도 없고 굉장히 스트레스가 되지 않겠는가? 지나고 보니까 절묘한 한 수였던 것 같다. 지금은 롯데에 들어온 지 3 년이 넘어서 친한 분도 많고 지지해주고 도와주는 분들도 많아서 일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사실 롯데정보통신 정보기술연구소장으로 갈 때도 이런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계열사에서는 쉽지 않았다. 계열사의 조직적 한계, 사업적 한계, 또 사고의 한계까지 삼중고가 겹치다보니 계열사에서 신사업 발굴에는 한계가 있었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회장님의 발의로 시작된 조직이다. 사회공헌활동으로 회장님이 사재를 출연하기도 했고 회장님이 주주이시기도 하다. 계열사에서는 아무리 대표가 힘을 실어줘도 한계가 분명했었는데, 롯데액셀러레이터에서는 일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 롯데액셀러레이터 대표님도 나에게 권한 위임을 많이 해주셔서 더욱 그러하다. 

 Q 이 업무를 2년 정도 하셨다. 오픈 이노베이터가 꼭 갖춰야 하는 역량은 무엇일까? 
 A 오픈 이노베이터의 역할은 대기업과 스타트업 양쪽과 모두 관계를 잘 맺으면서 중립적 입장에서 윈윈이 되도록 콜라보(협업)를 만들어내는 게 핵심이다. 처음 오픈 이노베이터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쉽게 부닥치게 되는 한계이자 스스로 극복해야 할 문제다. 

예를 들어 대기업 내에서 차출되어 액셀러레이터를 총괄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대기업에 입사하여 15~20년 동안 일하다가 임원까지 달았다면 뼛속까지 그 대기업의 사람일 수밖에 없다. 그런 사람이 대기업과 스타트업 양쪽을 모두 이해하면서 중간의 합의점을 찾아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나조차도 초기에는 혼란을 겪었다. 조직상으로는 대기업 소속, 마인드셋은 스타트업쪽, 급여는 대기업에서 나오고... 혼란이 왔었다. 지금은 명료해졌다. 스타트업과 롯데 계열사를 연계해야 할 경우 스타트업의 이익을 좀 더 대변하고자 한다. 스타트업의 어려움을 잘 알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스타트업을 좀 더 편들어줘도 부작용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집합(A&B) 부분을 벗어나면 안 된다. 그럴 경우 대기업에서 신뢰받을 수 없고 대기업 조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교집합 내에서 약자 편을 들지만 중재자로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윈윈(Win-Win)할 수 있도록 관점을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얘기가 길어졌는데,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오픈 이노베이터로서의 첫 번째 역량은 ‘중재자로서 자기포지셔닝을 할 수 있어야 함’을 들고 싶다.

두 번째 역량은 콜라보를 만들어내기 위해 양쪽과 유연하게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역량’이라고 본다. 

롯데액셀러레이터에서는 스타트업과 롯데 계열사가 미팅을 할 때 매니저가 입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스타트업과 대기업 계열사는 관점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언어를 쓴다. 오픈 이노베이터 역할을 하는 매니저가 함께 입회해야만 하는 이유다. 그런데 양쪽 커뮤니케이션을 모두 잘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난이도가 있다. 대기업 내부 조직에 대한 높은 이해도도 필요하고 이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소통능력도 필요하다. 스타트업과도 마찬가지다. 

오픈 이노베이터로서 위의 2가지 역량을 겸비하지 않으면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한쪽이 멀어지게 된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한 중간조직(액셀러레이터, VC 등)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성공적인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스타트업에게 잘 다가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Q 롯데액셀러레이터의 매니저도 처음부터 이런 역량을 갖추지는 못했을 것 같은데 어떤가? 
 A 그렇다. 초기에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조직의 인원 세팅을 할 때 절반은 대기업 내부에서 유연한 사고방식을 인정받는 사람들 중 지원자, 나머지 절반은 외부에서 선정하는 식으로 했다. 입주 스타트업들이 사무공간이나 코워킹 공간을 다소 자유롭고 지저분하게 쓸 때가 있다. 이를 본 대기업에서 온 매니저 한 명이 “사무실도 공짜로 쓰게 해주는데 너무 엉망으로 쓰는 것 같다. 우리가 규정을 만들어서 싫은 소리도 하면서 관리를 하자”는 얘기를 하더라. 

그 매니저를 조용히 불러서 정색하고 얘기했다. “너의 생각 속에서는 아직도 스타트업을 ‘을’로 보고 있다. 우리는 스타트업을 보육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은 우리 고객이다. 백화점 손님한테 휴지 떨어뜨리지 말고 흘린 휴지 주우라고 얘기할 수 있느냐? 액셀러레이터로서 스타트업에게 서비스하는 게 우리 본연의 업무다. 너의 고객은 저 스타트업이다. 매니저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면 스타트업이 세입자 같은 위축감을 느끼지 않겠느냐?” 지난 2년 동안 이곳 매니저들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 얘기를 했고 스타트업 선정 후 OT때도 매번 강조한다. 그래서일까? 매니저들이 변화했다. 지금은 에피소드의 주인공이었던 그 친구가 스타트업에게 가장 잘한다. 오픈 이노베이터가 됐다. 

 Q 대기업을 만나는 스타트업에게 한 가지만 주의사항을 얘기한다면? 
 A 내가 스타트업에게 자주 하는 얘기가 있다. 바로 ‘대기업과 미팅을 할 때는 맺고 끊는 걸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 대기업이 갑질 한다는 얘기를 하지 않는가? 그것이 실은 갑질이 아닐 수도 있다. 대기업이 자기 방식으로 일을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오해도 있다. 어쨌든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의 생리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을 갖고 있다면 유쾌하지 않은 상황을 피할 수 있다. 

대기업을 하나의 단일 인격체로 봐서는 안 된다. 대기업을 들여다보면 회장님도 계시고 계열사 대표들도 있고 그 안에 임원, 팀장, 담당자 등이 수직 계열로 있다. 그런데 이 수직적인 관계에서도 이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다. 또 그 중에는 젠틀하고 선한 사람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대기업을 하나로 규정해버리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풀어낼 수 없다. 

스타트업은 대기업을 하나의 단일 인격체로 보지 말고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 여러 인격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각각의 이해관계자에 대해 이해하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스타트업이 대기업의 누군가와 사업협력을 위한 협의를 하다가 2~3개월 성과가 나오지 않고, 심지어 6개월 1년씩 시간만 허비할 수 있다. 대기업의 내부에서 사업타당성, 영향평가, 내부 의견 조율, 타 업체와 비교 등등 스타트업에게는 보이지 않는 일들로 시간은 스타트업이 예상하는 시간보다 훨씬 더 걸리는 경우가 있다. 인적, 물적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에게는 이런 기다림이 위험할 수 있다. 이럴 때는 빨리 그 관계를 중단해야 한다. 롯데액셀러레이터에서는 매니저들이 그런 업무를 적극적으로 관여해서 해결하려고 한다. 

 Q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스타트업 선정시 롯데 계열사와의 시너지 여부를 1순위로 고려하지는 않으며 잠재적 성장성이 높은 곳을 선발한다고 하던데, 대기업 액셀러레이터라면 시너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지 않은가? 
 A 이 부분은 정말 많은 고민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스타트업의 역량과 잠재적 성장성을 선발의 1순위로 하는 방법이 롯데에게도 가장 큰 이익이 되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사람들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한다면 사업적 시너지를 먼저 생각한다. 사업 시너지를 내려면 대기업이 필요로 하는 파트너의 ‘수준’ 이라는 것이 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은 그 수준에 있지 않다. 최소한 2~3년 후에나 그 수준에 도달한다. 

회장님께서 ‘우리를 망하게 할 기업을 발굴해라'라고 하셨다. 그런데, 현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롯데그룹에 위협이 될 것 같은 그런 기업은 사실 롯데액셀러레이터의 선발 대상이 아니다. 현재 선발하는 회사는 스타트업이고 기업 가치가 대부분 10억 전후이며 대기업 파트너가 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즉, 당장이 아니라 미래에 '우리를 망하게 할 기업'이 될 수 있는 스타트업이 우리의 선발 대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대기업 입장에서 이 2~3년 후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요즘처럼 비즈니스 사이클이 짧고 급변하는 세상에서 2~3년이라는 건 쉽게 비유하자면 물밑이다. 이 물밑에서 물고기가 튀어오를 때가 대기업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물고기가 튀어오르기 전까지 그 물고기가 어떤 움직임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도 우려사항 이다. 액셀러레이터가 대기업에게 중요한 이유는 최소 2~3년 후, 길면 5년 후 대기업에게 도움이 될 회사, 위협이 될 회사를 선제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부분이 스타트업에게도 도움이 되고 대기업 에게도 도움이 되는 정확한 윈윈 포인트다. 

미래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미래학자들도 미래를 예측하는 건 너무 많고 복잡한 변수가 작용하므로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전제를 갖고 임한다. 사업에서도 큰 그림에서의 트렌드를 예측할 순 있겠지만 개별적으로 어떤 사업이 잘 될지 등의 내용은 알기 힘들다. 롯데그룹과 시너지를 내는 스타트업을 찾는다는 것은 미래 예측의 불가능성이라는 논리를 놓고 볼 때 아주 어려운 일이다. 실제 대기업 현장에서는 당장 필요한 걸 찾는다. 사실 당장 필요하고 사업에 도움이 되는 외부 회사는 액셀러레이터보다 계열사가 더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계열사는 당장 해야 하는 일을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액셀러레이터가 그런 일을 굳이 할 이유가 없다.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효과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액셀러레이터가 시너지가 날만한 스타트업을 찾아서 선정한다고 가정해보자. 계열사가 이미 모든 DB를 뒤져서 찾아 봤을테니 액셀러레이터가 선정한 곳은 최고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인가! 그래서 롯데액셀러레이터에서는 ‘그렇다면 무조건 최고를 뽑자, 시너지를 고려하지 말자‘는 결론을 내렸다.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과 롯데 계열사와의 협업 성과는 높은 편이다. 
 A 무조건 최고를 뽑아놓으면 어떤 효과가 나느냐? 롯데 계열사는 70개나 되고 유통 계열사도 많다보니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시너지를 우선 고려해서 스타트업을 선발하면 대기업이 기대하는 수준보다 낮아서 실제로는 같이 일할 기회가 생기지 않는다. 당장 시너지가 날 외부 협력사는 해당 사업을 하는 계열사가 우리보다 더 잘 찾고 이미 사업 관계를 맺고 같이 일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시너지를 고려하지 않고 최고를 뽑으려 노력하다보니 그 다음에는 시너지가 나는 것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보면 이게 더 효율적 이다. 최고를 뽑아놓으니까 거꾸로 선택받는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사실 협업 성과를 높이기 위해 프로세스 상의 고민도 많이 했다. 우리는 스타트업을 선발하고 나면 계열사에 계속 소개한다. 매니저의 주요 업무가 스타트업을 돕는 것과 계열사에 스타트업을 계속 소개하는 것이다. 양쪽을 잘 보다가 핏이 맞을 것 같으면 중개자 입장에서 좀 더 집중적으로 노력한다. 가령 사업적으로는 시너지가 날 것 같은데 문화가 너무 안 맞거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은 계약이 성사되어 매출이 생기든 투자가 일어나든 뭔가 도움이 될 만한 일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핏이 안 맞으면 시간만 질질 끄는 경우가 있다. 스타트업은 리소스가 적다. 대기업과 일하다보면 서류만 일주일, 한달 내내 만들어야 하는 일도 생길 수 있고, 검증단계를 거치다가 3개월, 6개월 시간 이 걸리면서 다른 사업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그런 건을 빨리 판단해서 차단하고 실제 될 만한 것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 매니저들이 역할을 한다. 

나는 매니저들에게 항상 얘기한다. ‘우리는 트랜슬레이터다’ 라고. 계열사 담당자가 어떤 얘기를 하면 스타트업에게 그 얘기가 어떤 의미인지 풀이를 해주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알려준다. 스타트업이 대기업의 말을 풀이하지 않고 곧이곧대로 듣다가 리소스를 다 날려먹으면 안 된다. 우리는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협업 프로세스에 우리 역할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스타트업에게도 꼭 필요한 일이지만 자칫 대기업 담당자가 갑질 했다는 오해를 듣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한 롯데 계열사에서 스타트업에게 투자를 하겠다고 했으면 계열사 내부에서는 투자심의도 거쳐야 하고 내부 이사회도 거쳐야 하며 어떤 경우에는 그룹에서 의견도 교환해야 하고 다른 계열사와 교감도 해야 한다. 대기업 안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지만 스타트업은 투자를 약속해놓고 왜 사 을 미루는지 의아해 한다. 그럴 때 우리 오픈 이노베이터들이 한 3~4달 걸릴 테니 느긋이 기다리라고 상황을 해석해준다. 그냥 내버려두면 스타트업이 오해한다. 오해하는 마음이 생기고 미워하는 마음이 생기면 나중에 거래가 깨질 수 있다. 이런 부분이 우리가 가장 주력하고 에너지를 많이 쏟는 일이다. 

 Q 롯데액셀러레이터의 성과로서 스타트업이 투자받고 기업가치가 오른 것은 의미 있다. 그런데 오픈 이노베이션 측면에서는 롯데그룹 차원에서 느끼는 변화도 중요한데? 
 A 오픈 이노베이션의 결과물을 단편적으로 매출이나 신사업 출자로 보곤 하는데 그것은 오히려 사이드이펙트라고 본다. 롯데액셀러레이터의 활동으로 인해 롯데그룹 차원에서 느끼는 가장 큰 효과는 ‘문화의 변화’다. 기업에 혁신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기업의 문화가 바뀌어야 하고 바뀐 문화가 동력이 되어야 한다. 롯데그룹에 그런 동력이 생기고 있음을 느낀다. 

롯데액셀러레이터의 엘캠프 프로그램을 마무리할 때 롯데시네마에서 대대적인 데모데이를 개최한다. 계열사의 호응이 매우 좋아졌다. 얼마전 스타트업 선발 후에도 곧바로 계열사에서 문의가 쇄도했다. 어떤 스타트업이 선발되었는지 소개를 받을 수 있는지가 주요 내용이었다.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예전에는 롯데액셀러레이터가 회장님 사재를 털어서 만들었다는 이유로 관심을 가졌다면 지금은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계열사 본인들의 사업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안 것이다. 

 Q 2017년 10월 금융감독원에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 등록했다. 롯데액셀러레이터의 미래 모습이 궁금하다. 
 A 롯데액셀러레이터가 펀드를 조성하여 투자 사업에도 본격 나선다. 액셀러레이터 내에 투자 업무를 갖는 실험적인 모델이 되었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주요 미션 중 하나가 ‘사회공헌’이라 현재 적자가 나고 있는데 계속 적자만 낸다면 기업이 지속할 수 없어서 제 역할을 못하게 된다. 물론 내 개인적으로는 조만간 투자수익으로 연간 20~30억은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하지만 자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었다. 그렇다면 기존에 스타트업 투자를 해왔으니 좀 더 투자규모를 키우는 것이 좋고 그러려면 펀드를 규모 있게 만드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펀드를 조성하면 운영수수료라는 게 있다. 1,000억 펀드를 만들면 그 중 약 2% 정도, 20억 원을 운영수수료로 받는다. 물론 1,000억을 움직이려면 운영 인력이 필요하고 실제로 2% 운영수수료 이상의 돈이 들 수도 있기 때문에 논리적으로는 맞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규모를 키우고 성공적인 투자 사례를 만들면 회사의 이익이 늘어나고 사회공헌 사업으로 하고 있는 액셀러레이팅 사업의 적자를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결과적으로 액셀러레이터와 VC을 겸업하게 되었는데, 이 일을 잘 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고 본다. 액셀러레이터로 선발한 초기 단계 스타트업들을 잘 알고 있어서 좋은 회사에 투자할 기회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신생 VC가 많이 생겨 좋은 투자 기회를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우리는 우연찮게 수직계열화가 되었다. 아주 작은 스타트업일 때 선발하여 육성하고 계속 투자할 수 있고 거래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일반 VC가 하는 것보다 네트워킹 측면에서 유리하다. 액셀러레이터와 벤처투자가 유기적으로 잘 결합되어 초기 스타트업 발굴부터 시작하여 후속투자하면서 성장시키고, 대기업 계열사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돕기도 하고 스타트업을 성장시켜 후속투자로 더 키우기도 하고 그렇게 엑싯을 하거나 계열사와의 M&A도 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롯데그룹을 위한 진정한 오픈 이노베이터가 될 것이다.